오키쿠와 세계(2023), 사카모토 준지.
사회파 거장의 세계에 대한 애정 어린 탐구
대부분의 ‘똥 이야기’는 재밌다. 한데 ‘똥 이야기’가 이렇게 운치 있을 수 있다니. ‘똥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다운 통찰로 풀어낼 수 있다니.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에도시대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딸과 두 분뇨업자 청년, 세 청춘을 내세워 세계를 논한다. 삶의 지속성과 순환성을 흑백 시대극과 블랙 코미디로 잔잔하게 보여준다. 일본 사회파 거장이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한층 부드럽고 느긋하며 견고해졌다. 결국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사랑과 희망이다. 한편으론 쿠로키 하루의 얼굴로 기억될 영화다. 어떤 장르, 배역을 만나든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이 배우는 어느덧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케마츠 소스케, 칸 이치로의 생명력 넘치는 연기도 익살과 감동을 퍼 올린다.
정유미 ★★★★☆